블로그 활동이 꽤 오랜 시간 멎어있었지? 이런저런 일 때문에 바빳다면 핑계일 거고, 솔직히 여행기를 작성하던 것도 까맣게 잊고 살았어. 블로그가 정지했던 18년 4월부터 19년 3월 현재 약 11개월의 시간동안 내게도 한번의 사랑이 찾아왔다 떠나갔고, 내가 아끼던 80D 역시 이별을 고하게 되었어. 당분간 사진은 Canon EOS 350D로 촬영을 하게될거야. 이 참에 소니로 넘어가야지! 사랑이 떠나간 자리를 스스로 메꾸려고 온갖 일을 하던 차에 잊혀져있던 블로그를 찾게 되었고, 오늘 이 글을 정리하면서 지난 11개월의 일.. 이라기보다 최근 3개월의 일을 풀어볼까 해. 오늘의 주제는 "소중한 것들은 갑자기 찾아오고, 갑자기 떠나가기 마련이다."야.


  지난 18년 12월부터 나는 2년만의 유럽 여행을 계획했어. '엘 까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의 길'이라는 뜻이야. 예수의 12제자이자 가톨릭 성인인 '성 야고보'의 시신이 담긴 관이 바다위를 떠돌다 도착한 곳이 바로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도시였대. 때문에 역사로만 치면 중세부터 시작된, 현재는 트래킹 코스로 각광받고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한 아주 유명한 길이지. 여행을 떠나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 가고 싶었고, 기회가 왔고, 떠났을 뿐이야.





<레온의 거리>

스페인 사람들은 여유롭고 친절했다.




  본래 프랑스 남부의 '생 장'이라는 곳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800km의 코스인데, 나는 시간과 돈때문에 스페인의 '레온'이라는 도시에서 시작하여 총 322km 를 걸었어. 순례자임을 증명하는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시알'도 받았고, 기념품으로 가리비 껍데기도 하나 구입해서 보조가방에 매달아 두었지. 그런데 걷기 시작한지 3시간 쯤 지나니까 가리비는 어느새 사라져있더라구.  이때는 짐작하지 못했지. '엘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내려놓음'을 배우게 될 줄이야!


  걷기 시작하고 첫 5일 동안은 그래도 걸을만 했어. 풍경은 들판에서 산으로, 산에서 도시로 변해갔고, 발의 상태도 매우 양호했지. 첫 날 걷기로 한 코스가 레온 - 산 마르띤 (25 km)로 다소 짧은 구간이었는데, 우리의 컨디션을 믿고 7 km나 더 걸어서 '오스삐딸 데 오르비고'로 향했어.  첫 날은 그저 좋았지. 생각보다 덜 힘들었고, 왠지 더 빠르게 산티아고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어.





  그 기세를 몰아 나는 욕심을 내었어. 빨리 완주하고 스페인에서의 여유를 만끽할 기대감에 가득차 있었지. '오스삐딸 데 오르비고'에서 '아스또르가'까지는 약 23 km로 쉬는시간까지 포함해서 6시간 안에 퉁과해내었지. 숙소가 채 열기도 전에 그 곳에 도착했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 순례자들은 매일 30 km 이상 걸어내는 강행군으로 나를 자극시켰지. 


  다음날 원래 목적지는 '라바날 델 까미노(21 km)' 였어. 갑자기 짧아졌다고 무시하면 안돼. 이 구간은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는 아주 가파른 경사를 자랑하는 코스야. 나는 4 km를 더 얹어서 그 다음 마을인 '폰세바돈'까지 가기로 마음 먹었고 가파른 산구간을 쉬지않고 올라갔지.









   폰세바돈에 도착할 무렵, 산의 정상에 가까이 다가가서인지 바람도 심하게 불고, 날씨고 굉장히 추웠어. 심지어 숙소에서 발견된 '베드버그'까지! 이보다 나쁠 순 없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지. 그 다음날 출발 할때는 날씨가 더 험해져서 눈과 우박이 섞여서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데다가 20m 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보라가 심했어. 그 와중에 원래 목적지인 '몰리나세까'를 건너뛰고 11km나 더 걸어서 '폰페라다'까지 가기로 한 상황이었고, 택시를 탈까 고민하다가 '내리막길'이니까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어.


  물론 이는 아주 큰 오산이었지. 오르막길은 올라갈때는 아주 수고스럽고 지치는데 그치지만, 내리막길(그것도 아주 가파른!)을 내려갈때는 발목이 아작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되었어. 거기다가 세찬 바람을 타고 내 뺨을 긁어대는 우박과 굵은 눈발은 덤이었어. 이 날의 일이 발목에 굉장한 무리를 주었어.






  폰페라다 이전에 있는 마을 '몰리나세까'는 동화같이 예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조그마한 마을이었어. 미슐랭 스타를 받은 맛집도 있었다고 하고, 하루종일 이어지던 가파른 내리막 자갈길이 끝나는 지점에 존재하는 마을이라 발목이 비명을 질러댔지.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서 내가 욕심을 버리고 몰리나세까에 멈춰서서 하루를 보냈다면 친구의 발목 상태가 악화되는 일 없이 온전히 까미노를 완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그러지 않았지. 그저 하루만 빨리!를 외쳐대며 폰페라다까지는 걸어야겠다는 욕심을 냈을 뿐이었어.





  다음 날, 나와 내 친구는 슬슬 몸에 무리가 온다는것을 알게되었어. 친구는 발목 뒤쪽의 아킬레스건에 손상이 갔는지 발목 부근이 시큰하고 삐걱대기 시작했고, 나는 발바닥의 통증(물집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어)이 너무 심해서 30분을 채 연속으로 걷지 못할 지경이 되었지. 걷는 속도는 급격하게 느려졌지만 '빠르게' 완주해야한다는 욕심은 여전했어. 결국 이 날 또다시 무리를 하게되었어.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


  해가 지기 직전에야 목적지였던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에 도착할 수 있었고, 도착하고 난 뒤는 완전 엉망진창이 되어있었어.  10걸음을 걷는 것 조차 너무 고통스러워서 저녁을 먹으러 가는 백수십 m의 구간도 절뚝 거리며 간신히 걸었어. 내 친구 역지 마찬가지였지. 하룻밤 자고 나니 발 상태는 조금 괜찮아 진거 같았고. 나는 다시 산행을 시작했지만....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에서 출발한지 3시간 만에 8 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트라바델로'라는 곳에서 멈춰서고야 말았어. 밤새 내린비에 산길은 미끄러웠고, 발바닥의 고통은 갈수록 더해져서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신음이 나왔지.


  결국, 우리는 사상 최초로 목표 거리를 완주하지 못한 채. 3시간에 8 km라는 처참한 속도로 걷다가 지쳐서 '트라바델로'에서 하루를 보내기로했어. 그리고 회의를 했지. 더 걷기에는 무리가 있고, 일단 집에는 가야하지 않겠냐는 의견에 모두가 동의했어. 결국 100 km 구간을 택시로 점프하여 '사리아'라는 도시에서 2박 3일간 요양을 하기로 결정했어. 아쉬웠지만... 어쩌겠어 말 그대로 집에는 돌아가야지.


  그리고 다음날 택시를 타고 사리아로 향하던 길. 산을 하나 타넘는데 우리가 걸어야할 그 길을 택시타고 이동하고있었지. 처음에는 아쉬웠어. 눈꽃핀 풍경이 정말 예뻤거든.  그런데 그 뿐이었어. 시간이 흐르니까 다시 강한 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불기 시작했지. 그런 날씨에 걸었으면 아마 뉴스에서 내 이름을 볼 수 있었을거야. 그리고 '사리아'에서 여유로운 2박 3일을 보냈지.


  일단 택시를 타고 100 km나 점프한 탓에 우리 일정에는 여유가 생겼어. 무엇보다 2박 3일간의 휴식동안 발이 완전히 회복되었지. 레온에서 출발했을 때와 비교해도 속도가 아주 빨랐어 1시간에 4.5km를 주파했으니까..





  그 이후에도 무언가 많은 일들이 있었어. 그런데 굳이 적지 않는 이유는... 사진이 없어... 산티아고에 도착하기 3일 전, '아르수아'라는 도시에서 내 카메라를 도둑맞았거든. 그 동안 찍었던 많은 사진들과 함께 내 카메라는 영영 사라지게 되었어. 처음엔 아쉽고 심란했지만, 그저 걷다보니 카메라 뷰 파인더로 보는 세상과는 또 다른 아주 멋진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구. 내가 가진 취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지.


  어딘가 여행을 갔을 때, 내 손에는 항상 카메라가 들려있었어. 모두가 행복하게 놀고 있는 사진 속에 나는 없었어. 나는 나 나름대로 여행을 즐긴 것이겠지만,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때부터 카메라를 손에서 '내려놓고' 즐거운 추억속에 내 모습을 담게 되었어. '내려놓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이지.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온 날, 전 여자친구가 인천 공항에 마중나와있는 깜짝 이벤트를 해주었어. 하지만 나는 부모님과의 선약이 있었고, 여자친구와 함께 부모님에게 향했지. 그 날 밤 헤어질때 전 여자친구가 매우 아쉬워 하더라구. 사실 부모님과의 약속은 내일로 미룰수도 있던건데 말이야. 물론 부모님이 더 중요하고 여자친구야 헤어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형들도 있겠지만. 그때 여자친구의 표정을 본 내 기분은 썩 좋지 않았어.


  그리고 2주 뒤, 그녀는 내게 이별을 통보했지. 아버지의 압박과 직장 스트레스로 인해 날 떠나게 된거야. 갑작스런 이별이었지. 그리고 아직까지도 마음을 정리하는 중이야. 그리고 지금 문뜩 이런 생각이 들어.


"소중한 것들은 갑자기 찾아오고, 갑자기 떠나가기 마련이다."


  내 카메라.. 예전부터 사고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었지만 첫 월급 받자마자 덜컥 사버려서 '쓸데없는 짓 한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었지. 내가 나름 노력해서 처음 얻어낸 보물이였는데, 자고 있어나니까 사라져 있었지. 전 여자친구 역시 어느날 문득 찾아와서 내 마음을 두드리더니 어느새 훌쩍 떠나버렸어. 만일 내가 카메라를 잃어버렸을 때, 카메라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지 않고 허둥댔다면 이번 여행은 최악의 기분으로 마무리 했을거야. 전 여자친구에 대한 생각 역시 빨리 내려놓지 않으면 내가 하는 업무와 학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하게 되겠지.


  나한테 어쩔수 없이 닥친 일에 대한 걱정은 그냥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사진과 게임 만큼이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주저리가 길어졌네! 나는 이쯤에서 글을 마무리해야겠어.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내가 블로그를 잊고 있던 사이 들어와서 볼품 없는 글을 읽어준 2천명의 형들 고마워! 나는 더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로 돌아올게. 뿅!

  우리는 런던에서 현대의 유럽의 모습을 보았어. 그것은 유서깊은 전통을 잘 가꾸고 지켜내며 미래로 향한 발전을 하고있는 멋진 모습이었어. 산업혁명 이후에도 영국에서의 산업혁명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지.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은 금방 흘렀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우리는 짐을 싸야만 했지. 유럽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다른 멋진 모습들이 많았거든. 그렇게 우리는 프랑스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어.


  흔히들 파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예술의 도시, 빛의 도시를 먼저 생각했어. 내가 보아온 파리의 예술은 항상 아름답고 멋있었거든. 그들의 언어 마저도 예술적이라는 생각을 한때 가지기도 했었으니까... 상상만 해왔던 그 도시에 직접 간다니 정말 설렜지. 하지만 다른 면을 먼저 떠올리는 형들도 있었을 거야. 소매치기같은 것들 말이야. 우리 역시 그랬어. 런던에 있을 때보다 특별히 더 소지품 관리에 힘을 써야했지. 때문에 설렘 반 걱정 반으로 프랑스에 입국했어.



환영합니다, 빛의 도시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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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동역에 내리자마자 우리는 당황했어. 영어가 그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았거든. 프랑스는 영국만큼이나 자존심이 강한 나라였다는걸 간과한 탓이지. 다행히 역무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알아들어서 간신히 파리 동역에서 탈출 할 수 있었지. 문제는 우리는 파리 지하철 9호선을 타고 Trocadero 역으로 가야하는 상황이었어. 난감해하던 차에 왠 여성 두명이 우리에게 접근했어. 우리는 신경을 곤두세웠지. 그 여성들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지.


"저기요. 라이터 있어요?"


다행히 그들은 우리와 같은 여행객이었어. 물론 한국말을 한건 아니고 영어로 대화했지. 담배가 고프셨는지 라이터를 빌려달라는 거였어. 우리는 이들에게 도움을 얻기로 했지.


"나가서 같이 피우시죠!"


처음 마주한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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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담배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해줄게, 유럽은 담배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편이야. 역 안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도 있을 정도야. 심지어 유모차를 한쪽에 대어놓고 담배를 피던 엄마도 봤었어. 아주 신선한 문화충격이었지. 만약 담배를 피는 흡연자라면 유럽의 흡연 문화가 아주 마음에 들거야. 그럼 비흡연자들은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지마, 대다수의 흡연자들은 쓰레기통 근처에서만 담배를 피우거든. 파리에는 약 50m 간격으로 쓰레기통이 있었어. 쓰레기통엔 언제나 재떨이가 함께있었지. 그 주변에서 흡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흡연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어떻게보면 참 멋있는 흡연문화지. 물론 언제나 그렇듯 일부 사람들은 길빵을 하긴 해...


  여하튼 우리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분들에 대해 어느정도 알게되었어. 영국에서 놀러온 여행객이었고 전에도 몇번 프랑스를 와본적이 있다 하더라구. 나이는 20대 후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것까지는 내 알 바는 아니었으니까 뭐 ㅎㅎ;; 그러다가 그 분들한테서 꿀팁을 하나 전수 받았어. 형들한테도 알려줄게! 파리의 지하철에서는 Sortie가 '출구'라는 것만 알고 있으면 해멜일은 없어!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구? 한번 돌아다녀보든가 ㅎㅎㅎㅎㅎ 여하든 여행중에 만난 뜻밖의 인연 덕분에 우리는 파리의 지하철에 오를 수 있었어



역시나 비좁은 파리의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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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의 지하철에대한 첫 인상은 좋지 않았어. 노숙자들의 천지였고, 냄새가 진동했지. '빛의 도시'라는 찬사 이면에는 '어두운 지하'라는 모습이 숨어있었던 거야. 간신히 탄 지하철에서도 우리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어. 몹시 비좁았고, 사람도 많았거든. 별 상관은 없겠지만 파리 지하철의 안내 멘트도 한국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는 불친절하기 그지 없었어. 현재 도착하는 역명만 두번 말해주고 끝나거든.


<서울의 지하철 안내 멘트>

(차임음) 이번 역은 ~~,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쪽입니다. (이하 생략)


<파리의 지하철 안내 멘트>

~~? ~~!


  우리가 향하고 있는 곳의 역명인 '트로카데로 역'을 예로 들자면, 트로카데로? 트로카데로! 하고 끝마치는거야. 때문에 지하철 이용중에 음악을 듣는다거나 잠을 잔다거나하면서 목적지를 지나치지 않도록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해.


여하튼 우리가 긴장하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한 남성이 지하철 안으로 들어왔어. 커다란 스피커와 함께 말이야. '파리에도 잡상인이 있나?'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우리는 뜻밖의 장면을 목격했어.








  갑자기 지하철 안에서 노래를 하기 시작했지. 상당히 인상깊은 장면이었어. 잘하는건 둘째치고, 좁은 지하철에서 버스킹을 한다는 거 자체가 너무나도 신기했거든. 그제서야 '파리'에 왔다는게 실감이 났어. 이곳은 자유로운 예술가들이 있는 '예술의 도시'였어. 누군가에게는 귀찮기만 한 일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어. 색다른 경험을 했지.


  그렇게 우리는 트로카데로 역에 도착했고, 숙소로 돌아가 짐을 풀었어. 런던에서는 한인민박을 이용했었는데, 파리에서는 운 좋게 호텔방을 잡을 수 있었어. 요리기구와 욕조가 있는 아주 근사한 방이었지.




파리에서의 첫 식사! 핸드메이드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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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숙소 바로 근처에있는 한 가게에서 필요한 재료를 모두 구할 수 있었어. 주린 배를 채우고 찝찝해진 몸을 닦고, 지친 몸을 뉘인채로 파리에서의 첫날 밤을 보냈지. 그리고는 아침이 밝았어.



숙소에서 찍은 파리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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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하늘위로 전 세계의 비행기들이 하얀 비행운으로 수채화를 그리고 있어. 숙소에서 일어나자마자 보인 풍경이었지. 나는 이 숙소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어.  본래 조식 제공을 해주긴 하지만, 게으른 천성탓에 먹지는 못했어. 해봐야 빵 한조각과 커피 한잔 뿐이었기도 하고! 우리는 이날 파리 곳곳을 돌아다니기로 했지. '지하철'을 타고말이야. 그러려고 티켓을 10장이나 샀는데... 내가 티켓을 중간에 잃어버리고, 친구의 티켓을 몇장 사용하니까 딱 되더라! 생각보다 지하철을 타는 대신 걸어다니게 되더라구.



파리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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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을 돌때마다 새로운 색, 새로운 모양, 새로운 모습의 거리가 나타났고. 적절하게 내린 비는 예쁜 풍경에 빗내음을 더해줬어. 이러니 지하철을 타겠냐구. 파리의 거리를 걷는 일은 '즐거움' 그 자체였어. 영국과 비교했을때 도로가 좀더 잘 정비되어 있었고, 현대적인 건물보다는 고풍스러운 옛 건물이 훨씬 많았거든.


  우리 숙소를 트로카데로역에서 5분 남짓 떨어져있는 곳이었어. 지도를 찾아보면 알겠지만 에펠탑과 상당히 가까운 거리였지. 에펠탑이 보인다고 홍보하길래 예약을 하긴 했는데.. 정말 꽁무니만 보이더라고 ㅋㅋ [숙소에서 찍은 파리의 아침] 사진에서 에펠탑이 찍혀있어. 찾아보려면 찾아보고 ㅋㅋ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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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튼 가까운 거리 덕분에 우리는 매일매일 에펠탑을 즐길 수 있었어! 가까이서본 에펠탑은 정말 아름다웠어. 삼각형과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뼈대위에 곡선이 더해지니 굉장히 그 무늬가 기묘하고 재밌지. 견고한 구조물에서 느껴지는 육중함, 단단함도 에펠탑의 매력이기도 하고! 참고로 에펠탑의 3층에응 전망대가 있는데, 우리는 안올라가봤어. 돈을 아껴야하는 상황이었거든 ㅜㅜ;;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길 굳이 올라갈 필요는 없다하더라구. 에펠탑의 전망대에서는 에펠탑이 안보인다나 뭐라나 ㅋㅋ


맛, 멋.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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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펠탑을 구경하고 우리는 거리를 다시 걷기 시작했어. 개선문을 지나서 몽마르뜨 언덕으로 갈 심산이었거든. 그런데 조식을 안먹어서 그런지 나랑 친구랑 사이좋게 배고프다고 투덜대고 있어서. 그러는 찰나에 거리의 한 빵집이 눈에 들어왔어. 홀린듯 들어간 빵집에서 그 유명한 바게뜨를 구입했지! 생각보다 양이 많더라고. 어느정도냐고? 이때 사서 먹기 시작한 바게뜨가 개선문을 구경하고 몽마르뜨 언덕의 정상에 다 올라서야 사라졌거든. 그나마도 일부는 못먹고 버렸어.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바게뜨는 상당히 단단한 빵이야. 아주 옛날 11cm짜리 바게뜨로 사람을 찔러죽인 사건도 있었다고 할 정도고, 직접 먹어보면 이걸로 뚝빼기를 까면 사람이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단단해. 그래서 사람들이 이 빵을 먹다가 입이 다 까져서 징징대기도 하는데, 바게뜨를 입천장 안까지고 먹는 방법이 따로 있더라고.

1. 바게뜨를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손으로 떼어낸다.

2. 딱딱한 껍질 부분이 아래로 가게 해서 먹는다.

3. 광대뼈를 승천시킨다.

이 프로세스만 기억하면 먹다가 입천장 까져서 불편할 일은 없을거야. 낄낄낄



개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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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서 걷다가 꽤 큰 도로인 '샹젤리제 거리'를 만났어. 그리고 그 끝에는 '샤를 드 골 광장'이 있고 그 위에 우뚝 서있는 아치형의 구조물이 하나 있지. 바로 '개선문'이야.  나폴레옹이 세웠다고 전해지는 이 개선문은 정작 나폴레온 본인은 죽어서야 통과할 수 있어다고 해. 아이러니 하지 ㅋㅋ 저기 개선문에 조각된 예술품들을 봐! 어떠한 장면인지, 벽면에 새겨진 것은 누구의 이름인지 알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들이 프랑스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스러져간 인물들이었음을 알기는 어렵지 않지. 저 조각상들은 그들의 명예를 기리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다웠어. 개선문 자체도 그러하고 말이지.


  개선문에는 10유로였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돈을 내고 입장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나처럼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최고의 포인트라고 하데? 물론 난 못올라가봤지. 사실 있는줄도 몰랐음 ㅡㅡ;; 너무 아쉬웠지.. 어쩔수 없이 나중을 기약하게되었어! 언젠가는 또 가지 않겠어? ㅎㅎ


  오늘도 쓸 분량이 상당히 많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 다음에는 몽마르뜨언덕와 에펠탑의 야경에 대해 이야기해줄게!

  옛 로마제국 시대에 도버해협 너머의 땅에 '론디니움'이라는 요새가 세워졌어. 이후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잉글랜드라는 국가가 건국되지. 그로부터 수천년 뒤 요새로부터 시작된 리 도시는 오늘날 '런던'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알려져있어. 흔히들 런던은 영국보다도 더 오래된 도시라고 하지.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근거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2016년, 나는 런던에 왔어. 수천년의 시간이 흘렀고 수많은 나라가 건국되고 멸망하기를 반복했지만 런던이라는 도시는 여전히 세계 3대도시라는 타이틀 아래 남아있어. 런던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언제나 황홀했지


런던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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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든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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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은 그 명성에 걸맞게 아침부터 활발하지. 나화 내 친구도 아침부터 숙소를 박차고 나와 런던의 거리를 돌아다녔어. 이날은 그냥 특별한 목표없이 런던의 골목골목을 도는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라고 핑계를 대고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했어. 영국의 식문화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더라구. 우리나라랑은 좀 대비되지? 아침을 굶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말이야. 영국식 아침식사는 볶은 콩, 토마토, 베이컨, 계란 등등 맛이 없을 수가 없는 것들로 채워져있어. 왠지 먹어보지 않았어도 맛을 알 것 같다면 정확한 말이야. 영국의 요리는 맛이 없기때문에 이런 아침이라도 먹어야 좀 든든하지 않겠어??


  사실 이 날은 골목길을 돌아다니다가 많이 해멨어... 차도밖에 없는 길을 걸어보기도 했고 그래서 사진이 얼마 없어.. 낮에 찍은 사진 말이야. 때문에 마지막날 찍었던 대영 박물관 사진을 대신 올릴게



대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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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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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영박물관의 규모는 상당히 큰 편이야. 역사적 유물이나 사실에 관심이 있다면 하루종일 돌아도 모자를 규모지. 하지만 그런데 관심이 별로 없다면? 한국관이랑 이집트관만 보고와. 나머지는 가는길에 가고싶으면 가고 아님 말고! 아는것도 별로없고 오디오가이드를 들어도 난 솔직히 지루했어. 문제는 이렇게 대충 둘러보는데도 시간이 2시간은 족히 걸린다는거지! 만약 딱히 역사나 유물, 고고학 이런쪽에 관심이 없다면... 난 별로 추천하지 않을게. 그냥 다른 곳을 돌아보던지. 정 아쉬우면 이집트관만 보고와.


  여하튼 낮동안은 런던 거리를 헤매고.. 밤이 되었지. 이렇게나 빨리 지나가나 싶지만 이해해주라고! 원래 진정한 문화는 밤문화 아니겠어? ㅎㅎ



런던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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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딜리 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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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짠! 이곳은 피카딜리 서커스야. 전부터 언급되어왔지만 아마 의문을 가진 형들이 있을거야. "피카딜리서커스? 그건 무슨 서커스냐??" ㅎㅎ 진정하라구! 여기서 서커스는 '교차로'라는 뜻이니까 말이야! 피카딜리서커스는 런던의 타임스퀘어라고 불릴정도로 붐비는 곳이야 딱봐도 사람이 많아 보이잖아? 그런 주제에 도로는 또 좁아서 조금 위험할수도 있겠다 싶긴 했어 ㅋㅋ 저 앞의 전광판이 바로 이 '피카딜리 서커스'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어. 


  참고로 위 두 사진은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사진이야. 가장 '런던'스러운 사진이거든! 다른 나라에서는 절대 찍지 못하지 이런거 ㅋㅋㅋㅋㅋ 안궁금하다고? 미안... 이곳 피카딜리 서커스 주변에는 가장 번화한 곳 답게 온갖 길거리 공연과 독특한 장소들이 많았어. 현대의 런던은 주로 이곳 이야기를 해볼까 해.


런던의 버스커

메타값 없음


이 주변을 걷다보니 이런 춤 공연을 비롯해서 많은 종류의 버스커들이 눈에 들어왔어. 이들 나름대로의 엄청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지. 내가 저정도 열정을 가지고 어느 일에 몰입해 본 적이 있다 싶더라 ㅋㅋ 동영상을 올리고 싶지만... 저작권때문에 동영상은 힘들게 됐어. 그냥 움짤로만 봐줘. 저들의 흥겨움 정도는 충분히 느낄 수 있을거야.



초콜릿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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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콜릿 좋아하는 누나들 있어? 여기 다 모여봐! 런던에 있는 M&M 초콜릿 스토어야! 4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초콜릿 매장이지! 저렇게 벽면에 쌓아두고 파는 사탕 종류의 초콜릿도 있고, 초콜릿 우유라던지 초콜릭 덕후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은 죄다 여기서 찾을 수 있었어. 나도 매우매우매우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 ㅎㅎ 그리고 이 건물의 바로 맞은편엔 레고 스토어가 위치하고 있어




레고로 만든 빅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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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로 만든 타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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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 스토어에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신나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어. 레고로 영국의 유명한 건축물이나 물건을 만들기도 하고, 아이들이 레고를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놀이터도 따로 마련되어있지! 레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들러봐야할 곳이야. 여기는 사랑이었지.. 완전!


  우리는 꽤 늦게까지 피카딜리서커스 인근에 머물렀어. 그 특유의 흥과 분위기가 너무 좋았거든. 우리나라 홍대를 가도 이런 분위기는 안나올거 같더라 ㅋㅋ  그렇게 런던과의 이별의 시간도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지.


크리스마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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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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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딜리서커스를 벗어나서 꽤 오래 걸었을 거야. 런던의 명물인 '런던 아이'가 위치한 곳 주변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있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 달려갔지. 달려간 곳에는 휘황찬란한 조명들과 온갓 종류의 먹거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 이곳에서 마셨던 맥주는 맛이 기가 막혔지. 참. Mulled wine 인가 뭔가하는 와인도 팔거야. 평소 와인을 즐겨 먹는게 아니라면 먹지마. 따듯한 와인인데 향신료들이 추가되서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 나거든. 몸은 좀 따듯해 지긴 하더라 ㅋ


  아래 있는 사진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구입한 햄버거야. 팟타이나 이런것도 맛잇었는데 수제버거는 보는 순간 이건 먹어야겠다 싶더라고. 냅다 지갑에서 돈을 꺼냈지. 맛은 어땠냐고? 1편에서 말했듯. 유럽의 음식은 짠편이야. 이 햄버거도 좀 짰지... 그것 외에는 정말 맛있는 햄버거였는데. 아쉽단 말이지 ㅜㅜ




런던아이. 빅벤 바로 옆에 위치한 런던아이는 런던의 한복판에서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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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즈강을 따라 달리는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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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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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튼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영국인들의 흥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지. 숙소로 돌아가던 마지막 날 저녁에 우리는 파리에서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때문에 들떠있기도 했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영국과의 이별이 조금은 아쉬웠어.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기에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할 수 밖에 없었어.


  영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

  영국인들이 굉장히 신사적이라는 것. 하지만 그게 친절하다는 말은 아니야. 세련됬지만 차갑지. 하지만 놀때는 노는 사람들이란것을 느낄 수 있었어. 흥미로운 공연과 경험을 많이 했거든. 무엇보다 점차 발전하면서 현대의 런던과 과거의 런던이 잘 어우러진 것 같아서 너무 보기 좋았어. 우리나라도 이런 길을 잘 따라갔으면 좋겠어.


  유럽 여행을 다시 하더라도 런던을 다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가능하다면 반드시 재방문하고 싶은 도시였어. 이곳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영국인들의 신사적인 품격과 여유를 느낄 수 있었던것 같아. 조금 더 머물고 싶지만, 가야할 길이 멀기에 떠나야만 했지. 하지만, 아쉬움은 미래에 다시올 나를 위해서 런던에 남겨두고 왔어. 그때가면 아쉬움이 반가움으로 변해있을거라 확신한다구!


안녕! 영국, 안녕?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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